내장지방 빼는법, 체중계로는 안 보입니다 — 허리둘레 남 90·여 85cm부터 확인하세요
체중은 작년하고 비슷한데 바지 단추만 안 잠깁니다. 체중계는 "정상"이라는데, 거울은 다른 말을 하고요. 둘 중 누가 맞을까요.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국민건강검진 자료 879만 6,759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허리둘레가 큰 쪽은 사망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해외 연구에서는 한발 더 나갑니다. 비만 유형을 나눠 장기 생존율을 봤더니, 가장 나빴던 집단이 '비만'이 아니라 '정상체중 + 복부비만'이었어요(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5).
체중계가 통과시킨 사람들 안에, 체중계가 못 본 위험이 섞여 있다는 뜻입니다.
체중계가 놓치는 지방이 있습니다
체중계는 몸무게의 합계만 알려줍니다. 그 무게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아요. 사진: Donald Trung, CC BY-SA 4.0(위키미디어 공용)
뱃살은 한 종류가 아닙니다. 피하지방은 피부 바로 밑에 쌓여서 손으로 잡힙니다. 내장지방은 복강 안쪽, 장기 사이사이에 끼어 있어서 잡히지 않아요. 배가 단단하게 나온 쪽이 대체로 이쪽입니다.
문제는 위험도가 같지 않다는 점이에요. 서울아산병원 자료는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대사증후군·고지혈증·인슐린 저항성으로 이어져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위험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피하지방보다 위험하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1kg이어도 붙은 자리에 따라 값이 다르게 매겨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체중계 숫자가 그대로인데 허리만 굵어졌다면, 근육이 줄고 그 자리를 지방이 채웠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총합은 같고 구성만 바뀐 거죠. 이게 흔히 말하는 '마른비만'입니다. 내장지방이 간에 쌓이면 술을 안 마셔도 생기는 지방간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허리둘레는 이렇게 잽니다
여기서 대부분 틀립니다. 배꼽 높이에서 재는 게 아닙니다. 대한비만학회가 안내하는 위치는 갈비뼈 가장 아래와 골반 가장 높은 곳(장골능)의 중간이에요. 사람에 따라 이 지점이 배꼽보다 위에 있습니다.
▲ 애드창고가 만든 도해. 측정 위치·방법은 대한비만학회 안내 기준입니다.
기준 숫자는 남성 90cm 이상, 여성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입니다(대한비만학회 비만 진료지침 기준). 대사증후군을 진단할 때 쓰는 허리둘레 항목도 같은 숫자예요.
이 숫자가 고정된 것도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2006년까지 여성 기준을 80cm로 썼습니다. 당시 한국 여성 평균 허리둘레가 78.6cm라 기준선과 거의 붙어 있었고, 그 상태로는 변별력이 떨어져 재평가를 거쳐 85cm가 됐어요. 기준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인구 자료를 보고 조정해온 값입니다.
내 허리둘레, 기준을 넘었을까
줄자를 꺼내서 위 도해대로 잰 숫자를 넣어보세요. 키는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됩니다.
내장지방부터 빠지게 만드는 순서
반가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내장지방은 붙기도 빨리 붙지만 빠지기도 먼저 빠지는 편으로 알려져 있어요. 체중을 몇 kg 줄이기 전에 허리둘레부터 반응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체중계만 보고 있으면 효과가 나는 중인데도 "변화가 없다"고 느껴서 그만두게 됩니다.
걷기 좋은 계절이 딱 지금입니다. 사진: Dan Petreikis, CC BY-SA 3.0(위키미디어 공용)
순서를 매기면 이렇습니다. 1순위는 유산소예요. 숨이 살짝 찰 정도로 꾸준히 걷는 게 내장지방에는 가장 먼저 듣습니다. 2순위는 근력운동입니다. 근육이 줄면 같은 체중이어도 허리가 굵어지니까요. 분량은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 주 90분이면 충분하다는 근거를 따로 정리해 둔 적이 있어요.
3순위가 식단인데, 여기서 손대야 할 건 전체 양보다 액체로 마시는 당입니다. 음료·주스는 포만감을 거의 안 남기면서 열량만 들어가거든요. 그리고 네 번째로 수면. 덜 자면 식욕 신호가 흐트러진다는 건 꽤 일관되게 보고되는 부분입니다. 네 가지를 적었지만 하나만 하신다면 1번이에요. 나머지는 걷기가 자리잡은 다음입니다.
| 오늘 할 것 | 기준 | 다시 볼 때 |
|---|---|---|
| 허리둘레 재기 | 갈비뼈·골반 중간, 0.1cm 단위 | 3개월 뒤 같은 자리 |
| 숫자 적어두기 | 남 90 / 여 85 대비 몇 cm | 변화 방향만 보면 됨 |
| 검진 결과지 펴보기 | 공복혈당·중성지방·혈압 | 다음 검진 때 비교 |
| 걷기 시작 | 숨이 살짝 찰 정도로 | 체중 말고 허리둘레로 |
📅 최종 업데이트: 2026년 10월 12일 · 작성 시점의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질병관리청·공개된 학술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체중계는 합계를 알려주고, 줄자는 그 합계가 어디에 쌓였는지를 알려줍니다.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줄자를 고르겠어요. 체중계는 몇 달을 봐도 안 움직이다가 사람을 포기하게 만드는데, 허리둘레는 먼저 반응해서 "되고 있다"고 알려주거든요.
서랍 어딘가에 줄자가 있을 겁니다. 오늘 한 번 재서 숫자를 적어두시고, 연말에 같은 자리를 다시 재보세요. 그때 그 숫자가 올라가 있을까요, 내려가 있을까요? 지금부터 두 달이 그 답을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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